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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인구 승부는 없어져야 한다.
    (구)한국프로야구칼럼 2014. 8. 29. 14:10

    예전 투수들은 직구만으로도 타자를 상대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는데 타자들의 배팅 스피드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빠른공만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자각하고 변화구를 던지기 시작했다.


    Hitting is timing, pitching is untiming


    투수들이 변화구를 던지기 시작하면서 직구에만 타이밍을 맞췄던 타자들의 방망이는 헛돌기 일쑤였고 한가지 변화구에 적응할 때쯤 투수들은 새로운 변화구를 들고 마운드에 올랐다.


    결국 Hitting is timing, pitching is untiming


    최근 타자들은 투수들을 상대하기 위해 각종 변화구를 읽어내기 위해 동체시력 훈련을 비롯해 각종 신체 능력을 향상시키는 훈련을 하면서 더 정교하고 더 빠르고 더 강하게 업그레이드가 되고 있는 중이다.

    투수들은 이런 타자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라도 더 위력적인 구종, 더 정교한 제구력, 더 강한 체력을 길러내는 것이 당연해 보이는데 이상하게도 투수들의 선택은 더 위력적인 구종, 더 정교한 제구력, 더 강한 체력을 길러내는 것이 아닌 스트라이크(쳐야 하는 공)과 스트라이크가 아닌 공(치지 말아야 할 공)을 애매하게 만드는 방법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유인구 승부가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였다. 스트라이크가 아닌데도 헛스윙을 하는 타자들을 보면서 느끼는 쾌감도 있었을 것이며 굳이 안타를 맞을 가능성이 높은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않더라도 아웃카운트를 늘릴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선택으로 인한 달콤함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유인구 승부는 기본적으로 많은 공을 던질 수 밖에 없고 많은 공을 던진다는 것은 부상 위험에 그만큼 많이 노출된다는 것과 더불어 마운드 위에서 오랜 시간을 던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결국 팀의 투수운영은 물론 본인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최근의 타자들은 투수들이 줄창 던지는 유인구에 더이상 속지 않고 있다.


    유인구 승부를 즐기는 투수들에게 유일하게 찾을 수 있는 장점이라면 볼을 스트라이크 처럼 던질 수 있는 제구력 정도다. 유인구를 잘던질 수 있는 제구력을 가지고 있는 투수라면 당연히 스트라이크 존 구석을 찌르는 제구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스트라이크 존 구석을 찌르는 제구력을 가지고 있는 투수라면 유인구 승부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유인구 승부의 유행은 이제 종지부를 찍을 때가 왔다.


    타자들이 더이상 유인구 승부에 놀아나지 않을 정도로 선구안을 키우고 있으며 굳이 선구안까지 아니더라도 많은 파울타구를 만들어내면서 투수들을 괴롭히는 타격기술을 가진 선수가 리그에서 흔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도자들도 투수들에게 더이상 유인구 승부를 요구하지 말길 바란다. 해설도 제발 유인구 승부 타이밍이니 어쩌니 하지 않길 바란다. 재능있는 투수들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팬들에게도 전혀 매력적이지 않는 유인구 승부는 이제 그만할 때도 되었다.


    * 유인구 승부를 즐기는 선수들의 대부분은 볼넷남발로 제풀에 무너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렇게 단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최근 타자들의 몸집과 배트 컨트롤 기술을 보면 투수들의 유인구 승부(볼질)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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