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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한 고원준, 달라졌을까?(구)야구로그아카이브 2015. 12. 8. 10:08
2009년 넥센에 2차 14번으로 지명받은 후 프로 첫 시즌인 2010년, 선발과 불펜을 오고가면서 131이닝을 던지는 동안 5승 7패 평균자책점 4.12로 인상적인 성적을 거두면서 이름을 알렸다. 히어로즈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히어로즈 구단은 예상외로 자이언츠와 2:1 트레이드를 감행했다. 현금이 필요했던 히어로즈 구단의 선수팔기가 아니냐라는 비난이 속출한 트레이드였다.
시끄러운 이적절차를 거치면서 유니폼을 갈아입은 고원준은 데뷔시즌보다 나은 모습을 보이면서 36경기 152.2이닝 9승 7패 2세이브 4.19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정확히 1년전 히어로즈의 미래였던 선수가 이제는 자이언츠 선발진의 미래가 된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의 성장은 여기까지였다. 이후 2년간 그가 거둔 승수는 단 4승에 불과했으며 11패를 당했고 군입대 바로전해인 2013년에는 평균자책점마저 5.61로 치솟는 등 기대와는 다른 선수가 된 것이다.
고원준의 성장이 갑자기 지지부진하게 된 데에는 많은 원인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핵심은 두가지다.
첫째, 느슨한 멘탈과 둘째 소위 '손가락 장난'에 맛들인 탓이다. 고원준이 놀기 좋아고 자기관리에 철저하지 않다는 것은 이미 상당히 유명한 이야기로 모 포탈 사이트의 고원준 스카우팅 리포트만 봐도 얼마나 그의 멘탈이 문제가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만약 고원준이 성실한 이른바 야모순바였다면 멘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일 없었을 것이며 역량에 대한 평가도 지금과 사뭇 달라졌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손가락 장난'이다. 데뷔 시즌만 하더라도 고원준은 최고구속 145km를 상회하는 직구를 던지던 나름 파이어볼러의 자질을 가지고 있던 선수였지만 프로데뷔 이후 구위의 보강을 꾀하기 보다는 100km 남짓하는 초슬로커브와 120km~130km의 체인지업을 장착하며 다양한 레퍼토리로 타자를 잡아내는 투수로의 성장을 목표로 정하게 된다.
그리고 이 결정은 고원준에게 있어 전력 투구를 하지 않아도 타자를 잡아낼 수 있는 요령을 습득하게 만들었다. 일시적인 효과도 맛봤다. 성공한듯 했다. 그러나 생각치 못한 직구 구속의 하락이라는 변수가 발생하면서 문제가 시작되었다.
140km 중후반을 기록하던 직구 최고 구속이 130km후반에서 140km초반까지 떨어지면서 직구와 변화구의 구속차가 줄어들게 되었고 타자들은 고원준의 직구는 버리고 변화구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고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굳어진 변화구 위주의 투구패턴을 고집하던 고원준은 등판할때마다 유인구 승부에 매달릴 수 밖에 없었고 결국 이닝당 투구수는 급증하고 이닝 소화는 줄어들고 피안타율은 증가하는 악순환에 빠져버렸다.
구속이 떨어지면서 9이닝당 탈삼진은 매해 큰 폭의 하락을 했고 (5.98->5.01->4.25->4.56) 자연스레 피안타율의 증가로 이어졌으며(0.255->0.281->0.293->0.320) 결국 이닝당 출루 허용(WHIP)도 (1.41->1.45->1.59->1.68) 급증했다. 손가락 장난의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한계에 다다른 고원준은 군입대를 선택해서 분위기 전환을 노렸고 2년간의 군생활을 하면서 팔꿈치 수술과 재활을 하면서 몸상태를 최상으로 만든 후 제대했다. 팀에서는 고원준을 붙박이 선발요원으로 일찌감치 낙점한 상태고 최고 구속은 146~7km까지 다다르고 있다는 소식이다.
1990년생인 건강한 고원준의 복귀는 팀에게 분명 큰 힘이다. 하지만 입대전의 모습이라면 그러니까 나태하고 손가락장난의 맛에서 벗어나지 못한 고원준이라면 생각보다 큰 힘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직구 구속을 회복한 만큼 이를 꾸준하게 유지할 수 있게끔 이번 겨울을 성실하게 보내고 직구 위주의 투구패턴으로 돌아간다면 고원준의 2016년 시즌은 기대치를 한껏 끌어올려도 된다고 생각한다. 2016년 시즌이 고원준에게 있어 게으른 선수, 요령에만 맛들인 선수라는 꼬리표를 떼는 시즌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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