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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셉션(Deception)
    (구)한국프로야구칼럼 2016. 2. 18. 12:16

    투수에게 가장 필요한 요건은 건강한 팔꿈치와 어깨, 강인한 정신력, 타자의 배트 스피드를 상회하는 불같은 직구. 타자의 배트에 스치지도 않는 예리한 변화구. 그리고 이를 모두 자신이 원할 때 원하는 곳으로 던질 수 있는 컨트롤이다. 이 모든 조건을 가진 투수라면 세계의 어떤 리그에서도 에이스급의 활약을 할 수 있을 슈퍼 에이스 될 자격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투수들은 위의 조건 들 중 한두개를 장착하는데도 큰 어려움을 겪는 평범한 투수들이다. 슈퍼에이스의 조건이 없어도 투수로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평범한 투수들은 매일 매일 노력에 노력을 더하는 중이다.


    이 노력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새로운 구종의 연구와 개발이다. 야구 초창기만해도 직구와 커브만 존재했었으나 야구가 발전하면서 슬라이더가 추가되고 스플리터, 체인지업, 컷패스트볼이 등장한 것이 그 예다.


    그러나 이 또한 그저 어려서부터 배운 그립으로 정통적인 구종밖에 던지지 못하는 더욱 더 평범한 투수들에게는 남의 이야기일 뿐으로 그리 현실적이지 못하다. 


    결국 슈퍼에이스의 조건을 갖추지도 못하고 새로운 구종을 연구개발할 정도로 뛰어난 야구센스를 가지고 있지 못한 투수들이 선택한 것이 오늘 이야기 할 디셉션(Deception)이다. (사전적인 의미는 속임, 기만, 사기다.)


    즉, 투수들이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방법을 이용해 타자를 속이고 기만하고 사기를 치는 것을 말하는데 대표적인 디셉션은 투구동작에서 이루어지는데 가장 흔한 디셉션으로 알려진 것은 투수의 공 숨기기다.


    타자들은 흔히 투수의 손에서 공이 떠나는 시점부터 타이밍을 잡는 것이 기본이라는 점을 역이용해서 투수들은 타자들이 공을 보는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공을 숨긴 후 릴리스를 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투수로는 구대성이 있다.


    다음으로는 릴리스 포인트의 변화로 투구시 팔의 각도를 순간적으로 변화를 주면서 타자들의 시선을 혼란시키는 방법이다. 오버핸드형 투수가 갑자기 사이드암으로 던진다던지 스리쿼터로 던지면 타자들은 순간적으로 공의 궤적을 잃어 버린다고 알려져 있다. 대표적으로는 해커와 심수창이다.



    마지막으로는 변칙 투구폼이다. 와인드업-셋-릴리즈로 구분해서 동작이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투수들의 투구동작인데 디셉션에 능한 투수들은 와인드업 후 셋자세에서 템포를 조정한다. 타자의 타이밍을 흐트러뜨리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와인드업 후 하나-둘-셋 후 릴리스를 계산하고 있는 타자에게 와인드업 후 하나-둘 후 릴리스를 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는 오승환이 있다.


    하지만 이런 디셉션은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부상의 위험이다. 일반적인 사람의 팔은 아래에서 위로 회전을 하지만 투구동작은 위에서 아래로의 회전을 하기 때문에 신체구조를 역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어깨나 팔꿈치의 부상의 위험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야구지도자들은 가장 몸에 무리가 덜 가게끔 하는 매끄러운 폼으로 투구를 하도록 어릴때부터 지도를 한다.


    그런데 디셉션이라고 하는 것들은 바로 이 매끄러운 폼을 덜 매끄럽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부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물론 투수가 원래 가진 투구폼 자체가 디셉션을 포함한 경우는 다르지만(구대성, 오승환) 일반적인 투수들에게 있어 디셉션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은 것이 바로 이때문이다.


    그러나 점차 이 디셉션이라는 부분이 투수의 능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부상의 위험을 최소화 하면서도 타자의 눈을 현혹시킬 수 있는 방법들이 속속 투수들에게 교육되고 있는 상황에서 디셉션을 그저 편법이라고 별 것 아니라고 치부하는 것 보다 투구기술의 한 챕터로서 인정하고 받아들여 투수들의 다양성을 만드는 것도 야구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가 될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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