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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정한 리빌딩을 원한다.
    (구)한국프로야구칼럼 2015. 7. 23. 15:57

    절대적으로 모기업의 영향을 받고 있는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당장의 성적을 포기하고 미래를 위한 설계를 통한 리빌딩을 준비하는 팀은 단 한팀도 없다고 생각한다. 국내 전반에 불어닥친 불경기의 여파에 각 구단의 모기업들도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 1년에 적게는 몇십억 많게는 몇백억이 들어가는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 홍보효과 말고는 없는데 당장 바닥을 박박 기다 못해 지하로 파고 들어간다면 모기업의 입장에서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는 이유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프로야구단을 비롯해 각종 스포츠단을 운영하는 것은 기업 활동 중 얻은 이익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의미라면 좋겠지만 한국에서 과연 이런 순수한(?)의도로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는 모기업이 있을까 싶다.)


    결국 프로야구단 존재의 목적은 비정한 이야기지만 좋은 성적을 내 모기업에 대한 이미지 제고 및 홍보효과의 극대화에 있다고 보면 된다. 이런 상황을 놓고 하위권 팬들이 그토록 부르짖는 '리빌딩'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리빌딩(rebuilding)이란 단어 그대로 보면 re(다시) building(짓다)로 프로야구단에 적용하면 팀의 기본 틀에서 부터 팀의 구성원(코칭스태프, 선수, 더나아가 프런트진)까지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팀을 만든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팀 분위기 좋고 선수들 기량 좋고 성적도 좋은 팀에서는 리빌딩의 'ㄹ'자도 나올리 만무하다. 당연히 팀 분위기 나쁘고 선수들 기량 그저 그렇고 성적이 나쁜 팀에서 리빌딩이란 말이 슬그머니 등장하고는 한다. 매년 하위권 팀들이 늘 말하는 '리빌딩'!


    리빌딩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팬들이 언뜻 떠올리는 것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흔하게 행하는 방식으로 몸값이 비싼 베테랑 선수를 성공 가능성이 높은 유망주들과의 트레이드를 해 그 여유자금으로 유망주들을 육성하는 시스템에 투자를 하고 투자된 육성 시스템의 틀안에서 트레이드 해온 유망주들이 착실히 성장을 해 결국에는 팀의 기둥이 되어 팀의 경쟁력을 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외에도 즉시전력이 되는 FA선수를 몇십억 들여 영입하는 것 보다 어리고 가능성이 큰 선수에 공을 들여 확보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일 수 있다는 면에서 연고지 지역은 물론 전국에 이르는 탄탄한 스카우트 팀을 바탕으로 유망주들을 다른팀에 빼앗기지 않고 계속 팀의 자양분이 되도록 확보하는 것도 리빌딩의 방법중에 하나다. 


    이 두 방법을 적절히 섞어 연고지역의 유망주들의 발전을 한눈 팔지말고 제대로 체크하고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다른 팀에 빼앗기지 않으면서 팀의 두터움을 확보하고 시장 가치는 높지만 선수 생활이 앞으로 몇년 남지 않은 선수는 과감하게 시장에 내놓아 가장 놓은 가치로 교환하는 결단력이 성공적인 리빌딩이라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말로만 보면 참 쉬워 보인다. 그런데 현실에선 잘 안된다. 왜 안될까? 역시 구단이 문제일까? 글의 서두에서도 말했듯이 모기업의 조급증은 확실히 문제다. 그러나 모기업과 구단 말고도 리빌딩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는데 바로 팬이다. 바로 윗 단락에 언급한 문장을 보자. "시장 가치는 높지만 선수 생활이 앞으로 몇년 남지 않은 선수는 과감하게 시장에 내놓아 가장 놓은 가치로 교환하는 결단력"은 사실 해당 선수의 두터운 팬덤의 거센 저항으로 무산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하필이면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를 파느냐, 하필이면 왜 내가 좋아하는 선수를 파느냐, 이 선수를 팔아서 데려온 선수가 망하기만 해봐라는 식의 반응이 모여 집단 행동으로 이어진다면 모기업과 구단의 운신의 폭이 좁아지게 되고 결국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리빌딩을 실패하고 만다. 


    (이제 슬슬 마무리를...) 그럼 과연 한국프로야구에서 리빌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구단과 모기업 때문인가 아니면 팬때문인가라는  질문에 답은 뻔하다. 원흉은 구단과 모기업이다. 글을 읽으면서 느꼈겠지만 리빌딩 방해 요소 중 전자는 팬들이 주장하는 것이고 후자는 모기업과 구단이 주장하는 것이다.


    모기업은 당장의 성적에 목을 메달고 구단의 프런트와 현장의 코칭스태프를 압박하고 이 압박에 굴복한 프런트와 현장의 코칭스태프들은 선수들을 압박하고 필요이상으로 소모하게 되는 악순환이 이루어지며 결국 이를 지켜 보는 팬들은 팀을 운영하는 모기업과 구단의 방향성에 불신을 갖게 되어 모기업과 구단이 어떤 행동을 해도(그 행동이 진짜 팀을 위하는 행동이라고 할지라도) 깊이 박혀 있는 불신의 뿌리는 쉽게 뽑히지 못하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선 팬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행태가 만연하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이니 리빌딩이 제대로 이루어질리 만무하다. 리빌딩을 위해서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지향하는 팀의 야구 철학이 있어야 할 것이고 리빌딩이 이루어지는 동안 모기업의 지원은 꾸준히 이루어져 팀의 관리 및 육성 시스템의 선진화를 구축해야 할 것이며 팬들도 방향성을 믿고 당장의 성적이 부진해도 열심히 지지해준다면 리빌딩은 성공하지 말래야 성공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구단에 돈이 있냐 없냐 빅마켓이냐 스몰마켓이냐는 리빌딩과는 큰 관계가 없다. 구단과 모기업의 확실한 비전제시와 꾸준한 일관된 움직임이 팀의 미래를 위한 진정성이 묻어난다면 팬들도 묵묵히 기다리고 기다려 줄 것이다. 팬들은 준비가 되어있다. 구단과 모기업만 정신차리면 된다.


    특정팀을 겨냥한 글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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