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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의 미래는(구)야구로그아카이브 2015. 10. 14. 08:16
실패한 자이언츠의 2015년 시즌을 돌아보면 한가지 풀리지 않는 의문점을 발견하게 된다. 시즌내내 불펜요원들의 부진으로 고생했으면서도 1군에서 무려 13시즌 동안 509경기를 뛰었는 동안 34승 39패 61홀드 137세이브를 거둔 베테랑 불펜요원 정재훈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붙박이 셋업맨도 마무리도 없이 돌려막기 불펜운영을 시전했던 것을 생각하면 6월 18일 경기 이후로 1군에서 자취를 감춘 정재훈의 존재는 너무나 아쉽다. 1군에서 제외된 후 2군 경기에서 28경기 1승 무패 6세이브 4홀드 2.09라는 좋은 성적을 냈다는 것을 생각하면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다.
과연 정재훈이 전반기 1군에서 잠깐 테스트해보고(정확히 10경기) 아니다 싶으면 외면해도 되는 정도의 선수였나 싶을 정도다.
정재훈하면 떠오르는 최고의 영광의 시대는 2005년~2008년까지로 이 4시즌 동안 두산의 주전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며 111세이브, 연평균 27.8세이브를 거뒀던 때였다. (통산 137세이브 중 81%를 이 4년 동안 기록했다.) 2008년 시즌 이후 그 유명한 두산의 KILL라인의 등장은 정재훈의 팀내 입지를 상당히 흔들어놓았다.
결국 2009년 시즌에는 마무리 투수가 아닌 선발투수로서의 정재훈이 등장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생각보다 신통치 않았다. (2009년 32경기 93.1이닝 5승 5패 4홀드 4.44) 데뷔 이후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지긴 했지만 리그 평균적인 선발 투수라고 하기엔 적은 이닝을 던진 반면(93.1이닝) 평균자책점 또한 데뷔 이후 처음으로 4점대를 찍는 등 사실상 선발전환에 실패한 것이다.
2009년 시즌 막판 다시 불펜으로 활약하면서 불펜으로의 복귀를 암시하던 그는 2010년 시즌들어 KILL라인에 더불어 맹활약을 한다. 데뷔 이후 가장 많은 경기인 63경기에 나서면서 8승 4패 2세이브 23홀드 평균자책점 1.73을 기록했다. 이듬해인 2011년에도 안정적인 불펜의 모습을 보이면서 두산의 핵심 불펜요원으로 재신임을 받으며 정재훈의 자리는 불펜이라는 것을 재확인 한 것이다.
하지만 2012년 시즌 불의의 어깨부상으로 4경기 만에 시즌 아웃을 당했고 1년간의 혹독한 재활을 겪어야만 했다. 재활 후 돌아온 2013년 시즌, 중간과 마무리를 오고가는 좋은 활약을 했지만(55경기 52.1이닝 4승 1패 14세이브-2008년 이후 5년만의 두자리 수 세이브. 7홀드 3.44) 내용을 들여다 보면 부상 전에 비해 현저한 구위의 하락이 눈에 띄었다.(K/9는 데뷔 이래 가장 낮은 6.54였다.) 정재훈도 어느덧 서른 중반이 된 것이다.
현장에서도 이를 모르지는 않았을텐데 2014년 시즌 팀은 정재훈을 평소처럼 기용했고 리그의 타고투저현상과 맞물리면서 데뷔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였다. (54경기 53.2이닝 5.37-데뷔 이후 첫 5점대 평균자책점) 그리고 시즌 종효루 후 두산은 FA로 장원준을 영입하면서 보호명단에 정재훈을 빼버렸고 원클럽맨이었던 정재훈은 거인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자이언츠의 이종운 감독은 정재훈의 노련미가 불펜에 큰 힘을 보탤 것이라고 했다. (당시두산의 보호명단에 홍상삼, 박건우, 김재환등이 빠졌다는 루머가 돌면서 큰 논란을 빚었었다.) 하지만 말과는 다르게 이종운 감독은 정재훈을 단 10경기만 기용하고는 2군으로 돌려보냈고 그렇게 정재훈의 2015년 시즌도 마감을 했다. (데뷔 이후 최악의 평균자책점 기록 7.11)
2015년의 부진을 두고 30대 후반의 나이로 인한 자연스런 기량 하락이다라고 단순히 평가하기엔 리그에서 정재훈의 나이보다 많은 투수들이 여전히 많이 있다는 것이 걸린다. 게다가 이번 시즌 정재훈은 부상 하나 없던 시즌이었다.
원인은 주변 환경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10년 이상 프로생활을 했던 베테랑이라고는 하지만 팀을 옮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게다가 자신이 원하는 이적도 아니었다는 점은 새로운 팀에 적응하는데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게다가 부진했던 최근 2년 동안(2014년과 2015년) 정재훈은 감독 경험이 전무한 초보감독을 만났다는 것도 정재훈에게는 악재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프로경력 13년, 나이는 서른 중후반의 불펜요원을 보직 없이 막 굴리려면 적어도 어느 감독과 같은 구단 장악력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두 감독은 이도 저도 아니었고 결국 선수 활용에 실패로 이어졌다는 말이다. (정재훈의 1군 복귀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선수의 태업이라는 루머도 돌았을 정도다.)
내년이면 37살이 되는 정재훈에게 남은 선수 생활이 그리 오래 남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내년에도 자이언츠의 유니폼을 입을지는 확실치 않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이런식으로 마무리할 정도의 선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의 재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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