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3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히어로즈와의 시범경기에 9회말 팀이 5:3으로 앞선 상황에서 거금 60억을 받고 이적한 손승락이 경기를 마무리 짓고자 팀의 마지막 투수로 마운드위에 올랐다. 승패와는 상관이 없는 시범경기에서 2점의 리드를 안고 넥센의 하위타선을 상대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무난히 세이브를 기록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예상과 달리 연거푸 안타를 허용하더니 블론세이브를 기록했고 급기야 패전의 멍에까지 썼다.
뒷문을 걸어잠가 주길 기대하고 오버페이라는 논란까지 감수하면서 영입한 손승락이 시범경기 내내 그리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데 성미 급한 팬들은 벌써부터 손승락에 대한 비난을 퍼붓고 있는 중이다. 선수들은 시범경기를 하고 있는데 팬들은 마치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듯 경기를 보고 있는 느낌이다.
팬들의 조급한 마음은 둘째치고 손승락이 시범경기는 물론 최근 2년간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 그 이유에 대해 살펴보자.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그의 많은 나이다. 1982년생으로 올해 벌써 34살, 한국나이로 35살이 된 그의 나이는 분명히 많다. 그리고 운동능력이 하향곡선을 그리게 되면 바로 눈에 띄는 것이 바로 구속의 저하라고 봤을 때 손승락의 직구 평균 구속의 변화를 살펴보면 어떨까? 스탯티즈가 제공하는 평균 구속 자료를 보면 2014년 시즌에는 직구 평균 구속이 143.8km였던 것이 2015년 시즌에는 146km로 오히려 상승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적어도 많은 나이는 손승락의 부진과 큰 연관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뭘까? 필자가 생각하는 것은 손승락이 가지고 있는 레퍼토리의 한계다.
손승락은 우타자 상대일 경우 '직구-슬라이더', 좌타자 상대로는 '직구-커터'를 주로 던지는데 커터는 슬라이더의 변형이고 슬라이더 또한 직구계열의 변화구로 구종간 스피드 차이가 크지 않다. 미묘한 움직임의 차이가 타자들에게 정타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이긴 하지만 타자들에게는 비슷한 스피드에 엇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구종으로 상대경험이 누적되면 타이밍 포착에 용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구 146km <-> 슬라이더 136.7km 9.3km
직구 146km <-> 커터 140.9km 5.1km
*스탯티즈 제공
게다가 슬라이더, 커터의 공의 궤적을 보자. 우투인 손승락이 던지는 슬라이더는 우타자의 바깥쪽으로 흘러나가고 커터의 경우도 우타자의 바깥으로 휜다. (좌타자에게는 몸쪽) 백도어 슬라이더(우타자의 몸쪽으로 형성되는 슬라이더)를 던지지 않는 이상 손승락의 영점은 우타자 기준 가운데에서 바깥쪽이 될 수 밖에 없다. 고로 타자들은 몸쪽을 버려도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백번양보해서 변화구는 말이다.
일개 블로거도 이런 생각을 하는데 필드에서도 당연히 이런 부분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 대표적인 것이 롯데로 이적 후 스플리터를 갈고 닦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스플리터의 연마는 레퍼토리 다양성은 물론 평균 130km초반에 형성되는 스플리터의 특성상 구종간 스피드 차이를 발생시켜 타이밍을 흐트러뜨릴 수도 있으며 몸쪽공략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어 타자들에게 혼란을 선물할 수 있는 유용한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 부분을 지금 시범경기에서 테스트하고 있다. 딱 까놓고 제대로 될 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 시범경기 동안은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느긋하게 보자. 그가 제3의 구종인 스플리터를 제대로 제어만 할 수 있다면 시범경기에서 10개 블론을 저질러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후반을 위해 전반을 버렸다는 서태웅처럼 손승락도 정규시즌을 위해 시범경기를 버렸다라고 봐달라고 하면 무릴까?